2011년 1월 9일 일요일

은비

은비를 본적이 있나요?
어린시절 은비라는 동생이 있었다.
은비라는 이름이 이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 은비를 살아가면서 본적은 없었다.

오늘 바로 그 은비, 곱디고운 은색비를 보았다.
햇살의 출현으로 처마밑에 고인 눈들이 녹아 내린다.
너무 강렬한 햇살과 부딛혀 만나서 생긴 은색빛깔,
물방울들이 얇고 곱게 은가루가 떨어지듯 흘러내린다.

그리고 평상시 내리는 비와 다르게 길고 고운 은사 처럼
떨어지는 모양이 유독 다르다.
속으로 이건 분명 평범한 결정체가 아닐꺼라 상상하고
옆에 같이있던 친구에게 소리친다.

저거봐! 은비!!!! 넘 예뻐!
고작 나의 입으로 나온 표현력이란 저게 전부라니..
때론 나의 이런 단순한 말 표현 능력이 머리와 가슴속
말들을 다 표현해 내지 못해 너무 아쉬울때가 많다.

은실같이 얇은 은비가 처마 밑에 삭~삭~ 소리를 내듯 떨어진다.
너무 예뻐서 멍하니 바라본다.
어이없이 황당하게 예뻐서 할말을 잊어버리고 가던 길을
멈추도록 잡아 놓는 그 은비는 오늘이 지나면 볼수 없겠지.

그냥 해 한번 나왔을 뿐이고 눈은 녹아 떨어지는데
왜 그풍경이 그토록 아름다운지..

처마 밑에서 삭~삭~ 떨어지는 은비.
눈이 녹을때까지, 해가 사라질 때까지 오후 내
그렇게 예쁘게 내렸을 은비.
나중에 또 만나게 되면 오늘이 기억 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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