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2월 27일 월요일

white out


어제 밤사이에 눈이 너무 많이 내려
모든것이 하얗게 되었다.
눈속에 파묻힌 시린 겨울의 도시는
눈에 쌓이다 못해 따뜻해져 버린다.

무언가 감싸고 있는 무중력 상태의 느낌이랄까?
눈이 너무 많이 내려, 시야도 하얗고, 바람은 너무 많이 불어 귀는 웅웅 거리고,
붕떠있는 무중력 상태 처럼..
어디에 있는지 잘 모르겠다.

오늘 한국행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너무 하얗게 내려버린 눈때문인지,
아니면 너무 하얗게 보이는 내 인생때문인지,
너무도 눈이 쌓인 거리를 걷고 싶어 저녁 산책을 한다.

공원에는 역시 아무 사람도 없고 그 큰 센트럴 파크엔
눈과, 나 뿐이다..
끝없는 길에 하얗게 쌓여버린 눈 사이의 길로 묵묵히 걸어 보았다.
밤이여서 인적이 드물었고, 너무 눈이 많았었고, 귀가 떨어져갈 듯 추웠지만,
역시 오길 잘했다.
막상 걷다 보니 처음 발길을 떼기가 어려워서 그랬지,
걷다 보니 오래 멀리 갈수 있었다.
그 댓가로 가슴이 뚫려오는 듯 시원함을 느낀다.

드라마 대사 중 이런 대사가 있었다.

"화이트 아웃 현상에 대해서 들은 적이 있다.
눈이 많이 내려서 모든 것이 하얗게 보이고
원근감이 없어지는 상태.

어디가 눈이고,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세상인지 그 경계를 알 수 없는 상태.
길인지 낭떠러지 인지 모르는 상태
우리는 가끔 이런 화이트 아웃 상태를 곳곳에서 만난다."

오늘이다..
화이트 아웃 상태의 날을 만난 하루.
무엇보다 하얀 하루.

그러나 언제 녹을 지 몰라 보이는 무릎까지 쌓여있는 거대한 눈더미는
시간은 걸리겠지만 싹 녹을 것이고
실체는 곧 들어날것이다.
눈 아래 있는 길들도 선명하게 보일 것이다.
지금 단지 눈에 가려있을 뿐.

답이 나왔다.
하얀 하루는 곧 지나갈 것이다.

너무도 하얘서 지나갈 수 없을 것 같은 눈 쌓인 길도,
너무도 하얘서 상상 할수 없는 나의 미래도
곧 실체가 드러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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